[펜드로잉] 1월의 겨울날, 서랍 깊은 곳에서 꺼낸 옛 카메라를 그리다

[펜드로잉] 1월의 겨울날, 서랍 깊은 곳에서 꺼낸 옛 카메라를 그리다

2026-01-28 · 정물화

🖊 만년필 · B5 · 3시간

사각거리는 만년필 촉 끝으로 일상의 파편과 소중한 기억을 담아내는 드로잉 시간입니다.

지난 1월 28일, 유난히 바람이 매섭던 한겨울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문득 방을 정리하다가 서랍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옛날 카메라 한 자루를 발견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세상이지만, 한때는 소중한 순간마다 제 곁을 지키며 필름을 감아돌리던 녀석이었죠.

렌즈 캡을 열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렌즈에 맺히는 방안의 풍경이 어쩐지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밖으로 나가 어반스케치를 하기엔 너무 추운 날씨였기에, 따뜻한 방안에서 이 오랜 친구의 얼굴을 스케치북에 정성스럽게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 만년필 선으로 복원한 아날로그의 기억 기계식 카메라 특유의 정교한 조형미와 금속, 유리의 다양한 질감을 흑백의 명암으로 조율해 나간 작업입니다.

깊이를 담은 렌즈의 시선: 카메라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렌즈 묘사에 가장 공을 들였습니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대물렌즈의 둥근 동심원들과, 빛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 표면의 하이라이트를 정교한 곡선 해칭(Hatching)으로 묘사했습니다. 검은 잉크가 겹칠수록 렌즈 안의 깊은 어둠이 살아나며 생동감이 돌기 시작하더군요.

기계식 바디의 정교한 디테일: 상단의 셔터 버튼, 다이얼, 그리고 뷰파인더 플래시 마운트까지 기계식 카메라 특유의 오밀조밀한 부품들을 직선과 곡선의 조화로 세밀하게 표현했습니다. 가죽 질감이 느껴지는 바디 전면은 촘촘한 세로 선들로 명암을 주어 금속 상판의 매끈함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바닥에 내려앉은 시간의 무게: 카메라가 바닥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는 과감하고 굵은 사선 해칭으로 묵직하게 눌러주었습니다. 이 어둠 덕분에 카메라라는 사물이 가진 물리적인 무게감과 부피감이 스케치북 위에 단단하게 안착했습니다.

✍️ 드로잉을 마치며 한겨울 방구석에서 시작된 조용한 드로잉.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만년필로 옛 물건의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그려나가는 것은, 어쩌면 그 물건과 함께했던 지난날의 추억들을 손끝으로 하나씩 복기해 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지금은 작동하지 않거나 자주 쓰지 않는 구형 기기일지라도, 제 스케치북 위에서는 그 시절의 찬란했던 순간을 품은 채 언제까지나 가장 멋진 실루엣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웃 여러분도 서랍 속 깊은 곳, 나만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오래된 물건이 있으신가요? 웅크려들기 쉬운 계절이지만, 가끔은 방안에서 조용히 내 곁의 사물들과 눈을 맞춰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오늘도 제 따뜻한 흑백 작업실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리며, 아날로그 감성을 닮은 공감과 댓글로 우리 함께 이야기 나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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