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드로잉] 어릴 적 동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언덕 위의 조용한 성당을 그리다

[펜드로잉] 어릴 적 동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언덕 위의 조용한 성당을 그리다

2026-01-08 · 집

🖊 만년필 · B5 · 1시간

사각거리는 만년필 촉 끝으로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상상과 기억을 꺼내어 놓는 드로잉 시간입니다.

어릴 적,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읽던 동화책 속에 등장하던 풍경들을 기억하시나요? 왠지 헨젤과 그레텔이 숲을 헤매다 마주쳤을 것 같기도 하고, 플란다스의 개의 네로가 아로아와 함께 거닐었을 것만 같은 그런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공간 말이죠.

이번 작업은 바로 그 시절, 제 머릿속 상상력을 자극했던 '어릴 적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외딴 언덕 위의 집'을 스케치북 위에 만년필 선으로 뚝딱 지어 올린 기록입니다.

✒️ 잉크 선으로 쌓아 올린 동화 속 세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석조 성당과, 그 주변을 감싸 안은 나목(裸木), 그리고 정겨운 나무 울타리를 구도 안에 조화롭게 배치해 보았습니다.

낭만을 더하는 양파 모양 종탑: 이 건물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단연 하늘을 향해 솟은 종탑과 그 위의 둥근 돔, 그리고 작은 십자가입니다. 정형화된 현대식 사각형 건물이 아니라, 중세 유럽의 어느 깊은 시골 마을에 있을 법한 독특한 실루엣을 만년필의 단단한 선으로 밀도 있게 표현했습니다.

시간의 밀도를 담은 석조 벽면: 성당의 외벽과 하단부를 받치고 있는 돌더미들은 크고 작은 동그라미와 해칭(Hatching) 선들을 촘촘히 겹쳐 가며 질감을 살렸습니다. 지붕의 기와 한 장 한 장까지 선을 쌓아 올리다 보니, 마치 제가 이 건물을 한 땀 한 땀 직접 빌딩 하는 듯한 묘한 몰입감이 찾아오더군요.

계절감을 불어넣는 풍경의 요소들: 건물 좌우로 잎사귀를 떨군 채 서 있는 커다란 나무들과 언덕 아래쪽의 나지막한 나무 울타리는 이 그림에 호젓하고 서정적인 공기를 더해줍니다. 바람이 웅웅 불어오는 조용한 겨울 언덕의 정취가 선 끝에서 은은하게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 드로잉을 마치며 현실에 존재하는 정형화된 도시 풍경을 그리는 것도 즐겁지만, 때로는 이렇게 내 마음속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리는 가상의 공간, 혹은 아득한 동화 속 한 장면을 펜으로 그려낼 때 창작의 해방감을 느끼곤 합니다. 카메라 렌즈는 담을 수 없는, 오직 펜과 스케치북만이 허락하는 '상상의 시공간'이니까요.

빽빽한 빌딩 숲과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에 지칠 때, 제 스케치북 속 외딴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가시는 건 어떨까요? 복잡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우리 모두 한 번쯤 품었던 어릴 적 소년·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는 따뜻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제 작은 아날로그 아틀리에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드리며,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따뜻한 공감과 댓글로 우리 함께 이야기 나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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