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스케치] 여기가 어디일까요? 만년필 선으로 담아낸 백제의 정원, 궁남지 포룡정

[어반스케치] 여기가 어디일까요? 만년필 선으로 담아낸 백제의 정원, 궁남지 포룡정

2025-12-23 · 집

🖊 만년필 · · 2시간

사각거리는 만년필 끝에 일상의 사색과 풍경을 담아내는 드로잉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웃 여러분께 퀴즈를 하나 던지며 글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흑백의 선만으로도 고즈넉하고 단아한 우리 전통의 멋이 가득 느껴지는 이 그림 속 풍경, 과연 여기가 어디일까요?

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정원", 그리고 서동요 전설이 깃든 백제의 유적지입니다.

정답은 바로 충남 부여에 위치한 '궁남지(宮南池)', 그리고 연못 한가운데 호젓하게 자리 잡은 정자 '포룡정'입니다. 늘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이 아름다운 풍경을 제 스케치북 위에 만년필로 조심스레 복원해 보았습니다.

✒️ 전통 건축의 선(線)을 이해하며 그리는 시간 우리의 옛 건축물, 특히 정자와 연못을 그릴 때는 서양의 현대식 건축물을 그릴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드로잉을 통해 깊이 배웠습니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처마의 곡선: 포룡정 지붕의 부드러우면서도 끝이 날렵하게 올라간 처마 라인을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자칫 과하면 어색해지고 둔탁해지면 맛이 살지 않는 이 미묘한 한국적 곡선을 만년필의 섬세한 필치로 한 땀 한 땀 그려나갔습니다.

물 위를 걷는 듯한 목조 다리: 연못가에서 정자로 이어지는 긴 나무 다리는 이 그림의 완벽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줍니다. 다리의 난간과 기둥들이 소실점을 향해 리드미컬하게 배열되면서,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연못 한가운데 정자로 이끌어 줍니다.

자연과 인공물의 조화: 정자 주변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버드나무와 식물들은 선을 자유롭고 몽글몽글하게 굴려 표현했습니다. 단단한 정자의 목조 구조와 부드러운 자연물이 만년필 잉크 안에서 기분 좋게 어우러집니다.

✍️ 드로잉을 마치며 우리의 전통 풍경을 보고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사물을 베끼는 것을 넘어, 선조들이 공간을 바라보았던 '여백의 미'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마음'을 손끝으로 수긍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화려한 색채는 없지만, 오직 블랙 잉크의 농담과 해칭선만으로 채워진 궁남지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한없이 차분하고 평온해집니다. 시끄러운 도시를 벗어나 백제의 어느 조용한 정원 안을 가만히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드네요.

이웃 여러분은 우리 전통 풍경 중 어떤 곳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오늘 제 드로잉이 여러분의 바쁜 하루에 잠시나마 고즈넉한 휴식을 선물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 감상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따뜻한 댓글과 공감으로 소통해요! 🏯 연못 바람을 담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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